대못은 박기는 쉬워도 뽑기는 어렵다.
강남3구 투기지역만 해도 이미 해제 요건을 충족했지만 정치권 눈치 보기, 부처 간 이견 등으로 여전히 안갯속이다.
반면 부산 대전 등 집값이 연일 고공 행진을 하는 지방은 지정 요건에 해당되지만 "지정하자"는 논의는 어디에도 없다.
괜히 나섰다가 "지방 집값마저 죽였다"는 여론의 화살이나 선거 때 반란표를 두려워해서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에는 신영수ㆍ장광근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분양가 상한제 개선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오는 24일로 예정된 18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분양가 잡는 제 역할을 못하고 공급만 줄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된 2007년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183만원. 2011년에는 1286만원으로 올랐다.
지방 역시 2007년 3.3㎡당 730만원에서 2011년 748만원으로 올랐다.
제도 시행 후에도 수도권과 지방 할 것 없이 모두 분양가가 줄기차게 오른 셈이다.
반면 제도 시행 이후 공급 감소 효과는 한눈에 보일 정도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직후인 2007년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는 총 26만5454가구.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2011년에는 17만6236가구로 35%나 급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시가 100만원짜리 땅인데 원가 80만원만 받으라 하니 땅값이 비싼 서울과 수도권에선 민간 업체가 더 이상 아파트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분양가 상한제에 옵션으로 붙어 있는 1~3년 전매제한제도는 중도금을 감당하지 못해 분양권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게 만든다"며 "수도권 주택 거래량이 확 줄어든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공공택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민간택지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 재개발ㆍ재건축 물량 공급을 늘리고 시장의 거래심리도 살리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지난해 전세금 폭등으로 얼어붙은 민심을 지렛대 삼아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자 선거에 쫓겼던 새누리당 역시 `부분적 상한제 도입`을 들고 나온 것이다.
1989년 정부는 전세 임대차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그러나 당해인 1989년 서울지역 전세금 상승률은 23.7%, 이듬해인 1990년에는 상승률이 16.2%에 달했다.
집값 잡아 서민들 고통을 덜어주려 도입한 분양가 상한제처럼 되레 서민들 전세금 인상 역풍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미다.
재건축부담금 폐지 법안 역시 이번 18대 국회 회기 내 처리되지 않으면 폐기될 운명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강남 지역에 대한 수요가 있는 이상 재건축 아파트의 꾸준한 공급을 위해 조합 부담을 다소 덜어줄 필요가 있다"며 "또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인정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거나 임대주택사업자 요건을 추가 완화하는 등 다양한 규제 완화 신호가 있어야 주택 거래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백상경 기자]
|